김영걸의 화염상모반 이야기-미국학회1

에스앤유피부과 2007-10-19 19:56 조회수 아이콘 8941

2006년 4월 보스턴 레이저학회 - 하버드 대학 교정의 하버드 동상 곁에서


미국 학회


내가 처음으로 미국의 학회에 참석한 것은 레지던트 2년차였던 1992년이었다.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World Congress of Dermatology 라는 학회로 현재 같은 병원에서 동업자 관계인 정승용 원장과 함께 어렵게 참석했었다.

그땐 잘 아는 것도 없었고 그저 처음 외국에 나간다는 사실에 흥분하였고 세계에서 제일 큰 도시에 주눅도 들고 해서 학회에서 뭘 배웠는지 기억도 없다.

그 이후 세 번의 미국피부과학회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 AAD), 그리고 정맥류 학회인 American College of Phlebology, 연구학회인 Society of Investigative Dermatology, 레이저 학회인 American Society for Laser Medicine and Surgery(ASLMS) 등 총 7회에 걸쳐 미국을 다녀왔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고 내 인생에 전환점이 되었던 학회는 2000년 샌 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58차 AAD 이었다.

학회에 함께 온 동료들이 유명한 Pier 39의 해산물 식당으로 점심을 먹으러간 사이에 나는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Vascular Birthmarks: Diagnosis & Management for the Millenium이라는 심포지엄을 들었다.

그때 난 서울 노원구 하계동의 을지병원 피부과에서 3년째 근무하고 있었고 그 당시 주된 관심사는 정맥류였지만 다양한 혈관질환으로 영역을 확대하고자 모색하고 있었다.

화염상모반과 혈관종을 함께 일컫는 용어인 Vascular Birthmarks는 이때부터 내 인생의 가장 큰 주제로 바뀌었고 그해 말에 개업하고 이제 7년이 지난 지금에는 오로지 혈관종과 화염상모반 만이 나의 기쁨이자 괴로움이고 후회이면서 보람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가장 최근에 미국을 간 것은 작년 봄에 보스턴에서 열린 미국레이저학회였다. ASLMS은 레이저에 관한 가장 권위 있는 학회이고 그 당시 새로운 색소 레이저인 브이빔 퍼펙타와 씨너지를 보기 위해 갔었다.

다녀와서 두 달 만에 브이빔 퍼펙타를 구입하였다.

사실 요즘은 학회 가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한다. 별로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 같다. 하루하루 마주치는 환자와 그 치료 결과가 나에겐 어떤 학회보다도 믿을 수 있는 지식이고 날 발전시키는 동력이다. 언제부턴가 국내 학회는 내게 발표를 시키는 학회만 참석하고 그마저도 발표만 하고 떠나거나 딴 짓을 하게 되었다. 다른 주제에는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미국에서 내게 발표를 시킬 일이 없으므로 자연히 이젠 미국도 갈 일이 없어졌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난 미국가는 일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다. 세계 어느 나라를 다녀봐도 미국처럼 나를 긴장시키고 눈치 보게 하는 나라는 없다. 한마디로 편하지가 않다.


그런데 다음 달 초에 또 미국을 간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라고 다짐을 하면서 가는 학회는 Vascular Birthmarks Foundation(http://www.birthmark.org/)에서 개최하는 2007 Port Wine Stain and Vascular Birthmarks Conference 이다.

특이한 것은 이 학회는 환자가 참여하고 환자 중심으로 진행된다. 마치 박람회(Fair)처럼 환자와 의사를 맺어주는 행사도 있다.

이 모임에 굳이 참석하려는 이유는 미국에서는 어떻게 화염상모반 환자를 치료하는지가 궁금해서이다. 학문이 아닌 실제를 보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제 갈 일이 없다고 아무리 다짐을 해도 갈 일이 생기는 것 같다. 이제까진 그래왔다. 이것도 미국이 날 주눅들게 하는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다.          

2007. 10. 19  종로 에스앤유피부과 김영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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